원래 방학 즈음에 아르바이트나 이런것을 잘 하지 않는 나이기도 하지만.
2달이 넘는 시간이 이렇게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방학은 다른 때보다 의미 있고 강렬하게 보내 후회는 없다.
내가 이렇게 긴 여행을 90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해보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어 이 집단의 쇄신에 성공했고, 성공해가고 있다는것. 이 2가지만 가지고도 나의 불타는 여름방학은 성공했다고 봐도 되겠지..
1. 청산리 역사대장정.
5월달에 '뭐 되겠어?' 이런 심정으로 지원을 했던 청산리 역사대장정에 대원으로 선발되어, 7월 5일 부터 7월 17일까지 중국 만주 일대를 탐방했다. 이런 경험은 2005년 1월에 있었던 'SK 한,중 캠프'이후로 집을 오래 떠나본적도 처음이며, 중국도 2번째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스텝까지 합쳐서 90명의 사람들과 집단으로 외국을 돌아다닌것도 처음이다.
11박 12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배타기 전에 인천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렸다가 한국와서 다시 찾은 얘기하며, 대장과 태극기수가 되기 위해서 온갖 재롱을 앞에서 떨어 많은 사람들의 할 말을 잃게 만든 것 (결국 태극기수가 되었다.), 통화역에서 공안들에게 폭행당한 것, 백두산 천지를 앞두고 쥐가 나서 제물이 된 이야기, 중국 곳곳에서 태극기를 십자가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사수했던 이야기, 청산리에서 소리죽여서 부르는 애국가, 윤동주 생가에서 더워서 마구 지하수 퍼먹다가 배탈난 것, 연길에서 꼬치 100개 먹은것, 해림에서 실험소학교 아이들을 위해 동요 율동을 준비하여 공연을 한 것 등등 이 많은 추억들이 나의 가슴에 담겨져 있다.
중국이라는 자부심이 매우 강한 국가에서 대한민국이 취급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도 똑똑히 알 수 있었고,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역사'보다는 중국의 발전상과 국제 관계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중국에서 고구려와 발해 유물들이 관리되고 있는 행태를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기도 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조선족'들이 한국을 보고 있는 눈에 대해서였다. 겉으로 보는 조선족들은 그저 중국인민의 일부일 뿐 이었다. 한국국민들을 하나의 동포가 아니라, 외국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많이 들었다. 더욱이나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저 한국 사람들은 돈이나 펑펑쓰고 지네들도 잘난 것 없으면서 조선족들을 무시하고 핍박한다는 것, 그리고 개념이라고는 눈꼽만큼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면만 보고 있는 조선족들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게끔 행실을 한 한국 사람들도 문제가 많다고 느끼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대장정에 참여했던 90명의 인원들이 다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어 참으로 좋기도 하였다. 역시 이런 것을 다녀오면 남는 것은 사진과 사람뿐이다.
2. '가대야' 쇄신
가톨릭대학교에는 '가대야'라는 웹진이 있다. 경력개발본부 소속으로 취업소식과 학교정보를 전해주는 웹진이다. 10년가량 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웹진임에도 불구하고, 운영 상의 문제와 시스템적 문제등이 오면서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그것이 안타까워 17장짜리 보고서 하나를 냈다가 편집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비주류였던 인사가 주류세력들을 제치고 편집장이 되다보니 암묵적인 반항이 이어졌다.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동기들도 내가 편집장이 되어 '개혁'을 이끌다보니 웬지 불만이었던 것 같다. 장학금 지급 방침도 현금지급에서 학비감면으로 바뀌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이후에 다시 현금지급으로 바뀌었지만) 동기들이 대거 이탈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5명이었던 집단이 8명으로 줄어버린 것이다. 9기 2명과 10기 6명...................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나의 쇄신은 이어졌다. 회칙 조차도 없었던 집단에 회칙이 생겼고 임원을 선임했다. 경력개발팀과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서 가대야 임원-직원 연석회의가 열렸다. 좁디좁은 동방을 다 드러내고 대청소를 하고 구조를 바꾸었다. 컴퓨터와 냉장고를 들여놨다. 현재 취재시스템도 바꾸고 있고 홈페이지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일을 계속 하다보니 8월이 후딱 지났다.
방학때는 항상 가게일을 도와주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집에 틀어박혀 자거나 놀거나 하고 살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2008년 1학기 여름방학은 나로써는 도전의 방학이었던듯 싶다. 내일이면 개강인데, 2학기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